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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가 들은 이야기 - 의정부 요양원 예마루

  • 예마루
  • 2020-10-12 12: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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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요양원 예마루

어르신들과 함께 소가 들은 이야기

 

대관령 목장으로 어르신들을 모시고 치유 여행을 가서 푸른 언덕 위 소 떼들과 함께 어느 선생님의 첫사랑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못다 이룬 첫사랑

70년대 후반 어느 늦겨울 명문인 oo대학에 합격한 나는 서울에 자취방을 구해 놓고 고향 집으로 돌아가는 막차에 올랐다. 거의 좌석이 드문드문 비워있었다. 무작정 좌석에 앉아 무심코 잠시 눈을 붙이고 있는데 누군가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눈을 뜨고 깜짝 놀라 가슴이 뛰고 마음이 쿵덕쿵 쿵덕쿵 어찌할까 고민거리로 생각에 갈피를 잡을 수 없다. 내 앞에서 벌어진 상황 요새 말로 몸매는 S라인, 얼굴은 지금껏 보아 온 여자들 중에 그런 미인은 처음이었다. 친구들은 고등학교 시절에도 곧잘 연애도 하고 그런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지만, 어떻게 말을 붙여보나 열아홉 숫 사내 인생 중에 최고의 고민이 생긴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상대 쪽에서 말을 한다. 찐 달걀 하나 드실래요. 감사 표현이 아니라, 말을 더듬고 있었다. “괜괜괜..찮찮....습니다.” “어디까지 가세요?” “예 장성이요.” “저보다 한 정거장 더 가시는군요.” “그그그..러러..면 정읍이요.” 그렇게 이야기가 오고 가다 우리는 대화가 자연스러워지고 있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정읍에 왜 가세요?“ ”저는 고향이 정읍이고 지금 고향에는 어머님 홀로 계시는데 몸이 편찮으셔서요, 그리고 저도 몸이 아파서 좀 쉬고 싶기도 하고“ ”서울은 어떻게“ ”예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서 서울에 있는 회사에서 설립한 통신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일과 병행하고 다녔어요. 다행히 얼마 전에 졸업을 했네요.“ ”힘들게 학업을 하셨네요.“ ”나는 OO대학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공부를 잘 하셨나 봐요.“ ”예 조금. “ 이어진 이야기 속에 우리는 꽤 가까워졌다 싶을 때 기차는 정읍역에 가까워 지고 있었다. 또 고민이 생겼다. 따라서 같이 내릴까. 집에 가도 별로 할 일이 없던 나는 함께 내리기로 마음을 결정하고 역에 도착하자 짐보따리를 주섬주섬 들고 따라 내렸다. ”아니, 장성 가시는 길 아니여요.“ ”집에 가도 할 일도 없고 또 이 근처에 친구 집도 있고 하여 놀다 가려구요.“ 늦은 밤에 뭔 친구 집 거짓말을 하고 여자의 가방까지 걸쳐 메고 신작로 길을 걷고 있었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고백해버린 사랑, 처음 눈을 떴을 때의 심정을 토로하며 우리는 여자의 집으로 가고 있었다. 사랑 고백이 이루어지고 집에 들어가니 여자의 어머니는 병환으로 누워 계셨다. 여자는 나를 남자 친구라 소개하였다. 달랑 방이 두 개인 집, 방 하나에서 나는 밤새워 가슴 조이다 뜬 눈으로 새웠다. 아침을 먹자고 방문을 여는 그녀의 모습 아침 햇살에 들어오는 어여쁜 저 천사, 행운을 벅차게 누리고 있는 이 사내놈은 어찌할 줄 모르고 한참을 멍하니 문만 바라보고 있었다. 집에 가는 것은 잊어버렸고, 그녀도 함께 있는 것에 싫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우리는 마을 저수지 둑에 앉아 이야기에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살며시 잡은 그녀의 손이 내 얼굴을 빨갛게 물들일 때 그녀의 입술로 나는 어느새 가까이하고 있었다. 그날 밤, 나는 그녀를 안고 어젯밤 그 방에서 둘이 첫날밤을 보냈다. 꿈이었다. 그 달콤함은 잊지 못할 꿈.

 

다음날 나는 집으로 왔고 생각은 온통 그녀의 집에 갈 궁리만 하고 있었다. 집에는 서울 가겠다 하고 정읍으로 갔다. 반갑게 맞이하는 그녀, 입학식 날까지 그곳에서 사랑은 익어가고 이별의 시간, 우리는 편지를 주고받기로 약속을 하고 헤어졌다. 매일 한 통씩 주고받은 편지는 쌓여가고, 보고 싶은 마음은 그리움에 슬펐다.

 

그러던, 어느 날 소식이 끊기고 알 수 없이 며칠이 지난 후, 갑자기 자취 집 주인의 전화 받으라는 연락, 그녀의 어머니로 부터 온 소식은 빨리 내려오라는 것이었다. 내용도 모르고 급히 그곳에 도착한 나는 어안이 먹먹하고 눈물만 흐르고 있었다. 그녀는 싸늘한 시체로 변하여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 쥐고 있는 편지 한 장, 쓰다 만 마지막 편지. 당신을 사랑해서 미안해요

얼마 남지 않은 생을 알면서

당신을 사랑해서 미안해요

죽기 전에 사랑을 해보고 싶었어요

당신이 주었지요

사랑의 기쁨도

이별의 슬픔도

아아, 사랑의 기다림도

느끼고, 알고 갑니다.

짧은 시간 당신이 주신 사랑

행복합니다. .....

당신을 사랑한 여자가.

나는 편지를 점퍼 주머니에 넣어 두고

갑작스럽게 악화 되어 지병으로 숨을 거둔 그녀 옆에 앉아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일가 친척이 없었던 그녀의 어머니는 나를 불러 그녀의 마지막 가는 길에 동반자가 되어 주시길 바랬던 것이다. 그런데 이곳의 풍습은 출가 전의 시신은 사람들이 다니는 한적한 길 가운데에 매장하는 것이었다. 커다란 항아리에 그녀의 시신을 넣고, 동네 사람들과 땅을 파고, 눈물 속에 매장을 끝마치고 돌아서는 순간 그날 5 일장을 보고 가는 소달구지가 그곳을 지나다가 멈추어 서서 소가 지나가지를 않는 것이다. 몇 번을 끌어보려 했지만, 실패만 거듭되고, 동네 사람들이 달구지 뒤에서 밀고 소고삐를 끌고 애를 써도 어쩔 수 없어, 소만 지나가게 하여도 안 되었다. 나는 이렇게 말했다. 그녀가 묻힌 곳을 덕석으로 덮자고, 그랬더니 소가 넘어갔다. 진짜로 속아 넘어갔다.

 

이 이야기는 예마루 요양원 선생님이 겪은 첫사랑입니다.

여러분 속아 넘어가 주셔서 감사합니다.

 

의정부 요양원 예마루에서 들려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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